형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구름을 타고 — 신지현
캔버스라는 공간에 한 사람이 걸어 들어간다. 색으로 가득한 그 장소엔 형태도 없고 정면도 없다. 그곳에서 행하는 모든 움직임은 선이 되고, 선은 곧 레이어가 된다는 점에서 캔버스는 경험과 흔적의 장소다. 이곳에서의 선은 이전의 층위를 가리거나 지워내기 위한 덮음이라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흩날리는 퍼포머들의 옷자락을 보는 것처럼 일시적이고, 투명하고, 가볍다. 붓을 잡는 시간만큼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에게 화면은 언어로는 온전히 붙잡을 수 없는 감각을 현현하기 위한 장소가 되겠다. 이 글은 추상을 근간으로 형태 없음의 형태를 탐구하며, 개별적 감각을 소환함으로써 사유를 추동시키는 회화를 지속하는 조유진의 작업을 그의 개인전 «낮의 달»을 중심으로 살펴보려는 시도가 되겠다.
‘형태 없음’은 기존의 관념들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겉모양, 생김새, 의미나 개념으로부터 탈피한 그림을 앞에 둔 지금, 조유진의 작업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포털(portal)은 2020년 작 <어느 구름>이다. 추상적 화면을 이루고 있는 캔버스 15호 사이즈의 이 그림에 따라붙은 “어느 구름”이라는 심심한 제목은 키(key)가 되어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 “어느”라는 미지칭 대명사가 의미하듯, 형태와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태도는 그의 작업 전반과 닮아있다. 색을 풀고 선을 그어 추론 가능하되 정의 내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힌트처럼 혹은 최소한의 단서로써 따라붙는 제목. 개인의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서의 그림은 조유진의 회화를 관통하는 기제다. 땅 위에 있을 때란 하늘의 시선 아래 있을 때라는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의 오래된 말을 떠올리며 캔버스라는 땅을 딛고 펼쳐진 공간, 조유진의 회화로 걸어 들어가 보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최근 작업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떠올렸던 근과거의 시간들-산책, 여행 등을 통해 마주했던 일상의 풍경과 소리를 감각한 순간-을 환기하며 그린 회화를 선보인다. <물결> <알딸딸한 새들> <어둠 속 불빛과 속삭임>, <흔들리는 것> <떨어지는 별> <지나간 소리> <어느 구름> <그네 타기> <사라지는 불길> <풀밭 썰매> <물웅덩이> <비치는 것> < 구름 속으로 걷기>. 이번 전시 출품작의 제목들이다. 일련의 제목들은 고정된 것보다는 변화하고 지나가는 것을 떠오르게 하며 끊임없이 유동하는 대상(“물결, 바람, 구름, 소리”)이나 어떠한 동적 상태(“흔들리는, 떨어지는, 지나간, 사라지는”)를 지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달라붙은 언어는 이미지와 닮아있어 그의 그림 역시 고정된 형태보단 “흔들리고, 흩날리며” 유연한 상태를 이룬다. 형태로부터 자유로운 선의 집적을 보여주는 조유진의 회화와 언어 사이의 일정 거리만큼 관람자, 그러니까 외부의 사유가 개입할 자리와 여백은 확보된다.
그림을 보자. 재현 아닌 표현을 목표로 하는 그의 화면은 캔버스에 유화를 재료 삼아 선적(線的) 레이어를 중첩시킨다. 스미지 않고 얹어지는 성질의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그의 레이어는 덮어서 가려내기 위한 얹음이 아닌 이전의 레이어를 긍정하며 그 위에 깊이감을 더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직 캔버스 내에서만 소용돌이치는 선의 양식은 전경과 후경을 만들어내며 회화적 공간을 구축해 나아간다. ‘원근감 있는 추상적 풍경’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하다면, 조유진의 회화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때 조유진의 화면은 2차원 평면 아닌 3차원 공간이 된다.
한편 조유진이 올리는 선은 철저한 계획과 목표 아래 그어진 선묘가 아닌, 모호한 기억감각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흔적에 가깝다. 기억이라는 다소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를 추상적 화면으로 치환시키는 방법론하에 긋고 흐르고 겹친 선의 궤적은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을 기록한 무보(舞譜)를 연상시킨다. 움직임이 지난 자리, 선과 색만이 남아 추동시키는 감각은 작가가 우연히 관찰하게 된 유성우가 쏟아지던 밤하늘의 별 꼬리를 기억하며 그려낸 <떨어지는 별>(2022)이 그러했듯 직접적이지 않다. 그저 회화를 이루는 구조적이고 형식적인 요소들이 스스로 나아가고 후퇴하기를 반복하며 명료함과 모호함 사이를 오가고, 그 안에서 개인적 사유가 틈입할 자리를 찾아나아갈 뿐이다.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억, 욕망, 감각의 주체가 되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제한 없는 형태만큼이나 외부의 자유로운 감상을 허여하는 그림이라 하겠다.
“낮의 달”. 언뜻 조금은 낯설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언제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운동과 맞물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개입으로 또렷이 보이기도, 흐려지기도 하는 달의 상태변화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색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섭리에 어긋남이 없는 존재라 하겠다. 그렇게 다시 한번 이 세계의 문을 열었던 작업 ,어느 구름>으로 돌아와 보자. “어느”가 지칭하는 미인칭은 어쩌면 익명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끊임없이 유동하는 형태변형을 통해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안개가 되지만 여전히 같은 본질을 공유한 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구름을 무엇보다 명료하고도 유연하게 바라보는 그림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안쪽에 숨겨져 있다” 는 어느 시인의 말을 따라, 존재를 해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렌즈를 갈아 끼우고 조유진의 작업을 다시 차례차례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그의 세계로 진입하는 또 다른 무수한 포털을 발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안에서는 형태와 상태, 해체와 존재는 동의어라 하겠다.
Free from Form: Being on the Clouds — Jihyun Shin
A person walks into a space called canvas - full of colors, but empty of forms and fronts. There, every move they make becomes a cumulation of traces, which then constitutes a layer. Therefore the canvas can be a place of experience and trace. However, unlike a camouflage that is proposed to cover up or erase the existing layers, lines on Cho Yoojin’s canvas are rather transient, transparent, and light just like the dancing sleeves of a performer on the stage. Especially for those who argue that taking time in appreciating a painting is as integral as striking a brush to create one, the scenery unfurling on canvas can serve as a platform to manifest the feelings that words fail to capture. This article strives to explore Cho Yoojin’s art world that continues to arouse our minds by studying the form of formlessness in her abstract works and summoning senses that they inspire.
Formlessness can be translated into being free from the conventional ideas. Liberated from appearance, look, meaning, or concept, Cho’s <Some Clouds>(2020) opens a portal to the realm of her abstractions. Its seemingly dull title, <Some Clouds>, is a key to appreciating the abstract scene with dimensions of 65cm by 53cm. The implications invoked by the indefinite adjective “Some” resemble the attitude witnessed across her works - an attitude that allows viewers’ inference with the dissolving colors and lines but defies to define the shape and the object depicted on the canvas. In that sense, the title of each painting seems to offer just the slightest hint to her work. Painting as an instrument to evoke the viewer’s sensibility is a principle that penetrates the artistic world of Cho Yoojin. Aristotle once said everything on the ground is under the gaze of the above. Keeping his old wisdom in mind, we shall step into Cho Yoojin’s world - the space unfurling on the ground of canvas.
<A Daytime Moon> exhibits paintings Cho produced while spending much more time in her studio and reminiscing the moments of ordinary life in the near past such as a short walk or a trip, which were confronted and sensed through the sound and scenery. Such paintings include <Wave>, <Tipsy Birds>, <Whispering and Lights in the Dark>, <Wavering>, <Falling Stars>, <Fading Sound>, <Some Clouds>, <Swinging>, <Vanishing Flame>, <Sling on Grass>, <Puddle>, <Reflecting>, and <Walking through Clouds>. The titles have a shared quality in that they remind us of the ever-changing and the short-lived as they describe objects in constant motion, such as “Wave,” “Wind,” “Clouds,” and sound, and their dynamic state, such as “Wavering,” “Falling,” “Fading,” and “Whispering,” rather than the fixed condition. As language inevitably reflects a visual aspect of the object to which it is attached, the titles also illustrate a fluid state of wavering and scattering painted in her works. The distance between the language and Cho’s work grants room for external, or the beholder’s, contemplation and interpretation.
The scenery painted in Cho Yoojin’s works aims for expression, not representation, piling multiple linear layers on one another. These layers successfully achieve a certain degree of transparency despite the nature of oil painting, where a new stroke of color naturally covers up the previous without smearing, and do not overshadow one another. Rather, every layer affirms the previous and the next one, adding depth to the piece. The lines swerving on the canvas create the foreground and the background, building a pictorial space. In that sense, “an abstract landscape with depth” is an ironic albeit oddly convincing description of Cho Yoojin’s paintings. Now, the scenery on canvas evolves beyond the two-dimensional onto three-dimensional space.
The lines Cho Yoojin builds on canvas are not a meticulous one with preplanning and precision but a consequent trace left behind while the artist was chasing down a blurry memory lane. The trace of countless lines remind us of a dance notation that logs every move on the stage as they share a distinct methodology in which the artist turns memory, a somewhat personal and microscopic narrative, into an abstract scene. The feelings evoked by the lines and colors that fill up the canvas as soon as movements fade are as indirect as how <Falling Stars> appears, a painting the artist created reminiscing an accidental encounter with falling stars and their tails in the night sky of a meteor shower. The structural and formal elements of the work constantly go back and forth between clarity and ambiguity, sparing room for personal contemplation. Cho’s works enable viewers to be a subject of memory, desire, and sensibility. In other words, as limitless and formless as her paintings are, they are welcoming in that it encourages the beholder’s active engagement.
The word choice of the exhibition title <A Daytime Moon> may seem dissonant at first. However, considering the nature of the moon whose appearance is destined to circle around clarity and ambiguity in gradation due to the earth’s movement and the light, the title makes sense. Moreover, the moon’s ever-changing face epitomizes the absolute obedience to nature's course. Given this, the word “Some” in <Some Clouds>, the painting that opened the portal and ushered us here, might be the most accurate and embracing adjective to describe the work in which Cho Yoojin depicts the fluid state of the clouds constantly transforming themselves - into rain, snow, and fog - and yet maintaining its essence regardless of the state. “The most beautiful color can be found on the inside,” a poet, Lee Young-ju, once wrote. Maybe, it is only with a fresh lens that can dismantle the existence on Cho’s canvas that we can find myriad portals to the artist’s world. In that world, form and state and dismantling and being may be a synonym of their counterpart.
형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구름을 타고 — 신지현
캔버스라는 공간에 한 사람이 걸어 들어간다. 색으로 가득한 그 장소엔 형태도 없고 정면도 없다. 그곳에서 행하는 모든 움직임은 선이 되고, 선은 곧 레이어가 된다는 점에서 캔버스는 경험과 흔적의 장소다. 이곳에서의 선은 이전의 층위를 가리거나 지워내기 위한 덮음이라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흩날리는 퍼포머들의 옷자락을 보는 것처럼 일시적이고, 투명하고, 가볍다. 붓을 잡는 시간만큼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에게 화면은 언어로는 온전히 붙잡을 수 없는 감각을 현현하기 위한 장소가 되겠다. 이 글은 추상을 근간으로 형태 없음의 형태를 탐구하며, 개별적 감각을 소환함으로써 사유를 추동시키는 회화를 지속하는 조유진의 작업을 그의 개인전 «낮의 달»을 중심으로 살펴보려는 시도가 되겠다.
‘형태 없음’은 기존의 관념들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겉모양, 생김새, 의미나 개념으로부터 탈피한 그림을 앞에 둔 지금, 조유진의 작업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포털(portal)은 2020년 작 <어느 구름>이다. 추상적 화면을 이루고 있는 캔버스 15호 사이즈의 이 그림에 따라붙은 “어느 구름”이라는 심심한 제목은 키(key)가 되어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 “어느”라는 미지칭 대명사가 의미하듯, 형태와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태도는 그의 작업 전반과 닮아있다. 색을 풀고 선을 그어 추론 가능하되 정의 내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힌트처럼 혹은 최소한의 단서로써 따라붙는 제목. 개인의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서의 그림은 조유진의 회화를 관통하는 기제다. 땅 위에 있을 때란 하늘의 시선 아래 있을 때라는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의 오래된 말을 떠올리며 캔버스라는 땅을 딛고 펼쳐진 공간, 조유진의 회화로 걸어 들어가 보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최근 작업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떠올렸던 근과거의 시간들-산책, 여행 등을 통해 마주했던 일상의 풍경과 소리를 감각한 순간-을 환기하며 그린 회화를 선보인다. <물결> <알딸딸한 새들> <어둠 속 불빛과 속삭임>, <흔들리는 것> <떨어지는 별> <지나간 소리> <어느 구름> <그네 타기> <사라지는 불길> <풀밭 썰매> <물웅덩이> <비치는 것> < 구름 속으로 걷기>. 이번 전시 출품작의 제목들이다. 일련의 제목들은 고정된 것보다는 변화하고 지나가는 것을 떠오르게 하며 끊임없이 유동하는 대상(“물결, 바람, 구름, 소리”)이나 어떠한 동적 상태(“흔들리는, 떨어지는, 지나간, 사라지는”)를 지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달라붙은 언어는 이미지와 닮아있어 그의 그림 역시 고정된 형태보단 “흔들리고, 흩날리며” 유연한 상태를 이룬다. 형태로부터 자유로운 선의 집적을 보여주는 조유진의 회화와 언어 사이의 일정 거리만큼 관람자, 그러니까 외부의 사유가 개입할 자리와 여백은 확보된다.
그림을 보자. 재현 아닌 표현을 목표로 하는 그의 화면은 캔버스에 유화를 재료 삼아 선적(線的) 레이어를 중첩시킨다. 스미지 않고 얹어지는 성질의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그의 레이어는 덮어서 가려내기 위한 얹음이 아닌 이전의 레이어를 긍정하며 그 위에 깊이감을 더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직 캔버스 내에서만 소용돌이치는 선의 양식은 전경과 후경을 만들어내며 회화적 공간을 구축해 나아간다. ‘원근감 있는 추상적 풍경’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하다면, 조유진의 회화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때 조유진의 화면은 2차원 평면 아닌 3차원 공간이 된다.
한편 조유진이 올리는 선은 철저한 계획과 목표 아래 그어진 선묘가 아닌, 모호한 기억감각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흔적에 가깝다. 기억이라는 다소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를 추상적 화면으로 치환시키는 방법론하에 긋고 흐르고 겹친 선의 궤적은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을 기록한 무보(舞譜)를 연상시킨다. 움직임이 지난 자리, 선과 색만이 남아 추동시키는 감각은 작가가 우연히 관찰하게 된 유성우가 쏟아지던 밤하늘의 별 꼬리를 기억하며 그려낸 <떨어지는 별>(2022)이 그러했듯 직접적이지 않다. 그저 회화를 이루는 구조적이고 형식적인 요소들이 스스로 나아가고 후퇴하기를 반복하며 명료함과 모호함 사이를 오가고, 그 안에서 개인적 사유가 틈입할 자리를 찾아나아갈 뿐이다.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억, 욕망, 감각의 주체가 되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제한 없는 형태만큼이나 외부의 자유로운 감상을 허여하는 그림이라 하겠다.
“낮의 달”. 언뜻 조금은 낯설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언제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운동과 맞물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개입으로 또렷이 보이기도, 흐려지기도 하는 달의 상태변화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색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섭리에 어긋남이 없는 존재라 하겠다. 그렇게 다시 한번 이 세계의 문을 열었던 작업 ,어느 구름>으로 돌아와 보자. “어느”가 지칭하는 미인칭은 어쩌면 익명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끊임없이 유동하는 형태변형을 통해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안개가 되지만 여전히 같은 본질을 공유한 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구름을 무엇보다 명료하고도 유연하게 바라보는 그림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안쪽에 숨겨져 있다” 는 어느 시인의 말을 따라, 존재를 해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렌즈를 갈아 끼우고 조유진의 작업을 다시 차례차례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그의 세계로 진입하는 또 다른 무수한 포털을 발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안에서는 형태와 상태, 해체와 존재는 동의어라 하겠다.
Free from Form: Being on the Clouds — Jihyun Shin
A person walks into a space called canvas - full of colors, but empty of forms and fronts. There, every move they make becomes a cumulation of traces, which then constitutes a layer. Therefore the canvas can be a place of experience and trace. However, unlike a camouflage that is proposed to cover up or erase the existing layers, lines on Cho Yoojin’s canvas are rather transient, transparent, and light just like the dancing sleeves of a performer on the stage. Especially for those who argue that taking time in appreciating a painting is as integral as striking a brush to create one, the scenery unfurling on canvas can serve as a platform to manifest the feelings that words fail to capture. This article strives to explore Cho Yoojin’s art world that continues to arouse our minds by studying the form of formlessness in her abstract works and summoning senses that they inspire.
Formlessness can be translated into being free from the conventional ideas. Liberated from appearance, look, meaning, or concept, Cho’s <Some Clouds>(2020) opens a portal to the realm of her abstractions. Its seemingly dull title, <Some Clouds>, is a key to appreciating the abstract scene with dimensions of 65cm by 53cm. The implications invoked by the indefinite adjective “Some” resemble the attitude witnessed across her works - an attitude that allows viewers’ inference with the dissolving colors and lines but defies to define the shape and the object depicted on the canvas. In that sense, the title of each painting seems to offer just the slightest hint to her work. Painting as an instrument to evoke the viewer’s sensibility is a principle that penetrates the artistic world of Cho Yoojin. Aristotle once said everything on the ground is under the gaze of the above. Keeping his old wisdom in mind, we shall step into Cho Yoojin’s world - the space unfurling on the ground of canvas.
<A Daytime Moon> exhibits paintings Cho produced while spending much more time in her studio and reminiscing the moments of ordinary life in the near past such as a short walk or a trip, which were confronted and sensed through the sound and scenery. Such paintings include <Wave>, <Tipsy Birds>, <Whispering and Lights in the Dark>, <Wavering>, <Falling Stars>, <Fading Sound>, <Some Clouds>, <Swinging>, <Vanishing Flame>, <Sling on Grass>, <Puddle>, <Reflecting>, and <Walking through Clouds>. The titles have a shared quality in that they remind us of the ever-changing and the short-lived as they describe objects in constant motion, such as “Wave,” “Wind,” “Clouds,” and sound, and their dynamic state, such as “Wavering,” “Falling,” “Fading,” and “Whispering,” rather than the fixed condition. As language inevitably reflects a visual aspect of the object to which it is attached, the titles also illustrate a fluid state of wavering and scattering painted in her works. The distance between the language and Cho’s work grants room for external, or the beholder’s, contemplation and interpretation.
The scenery painted in Cho Yoojin’s works aims for expression, not representation, piling multiple linear layers on one another. These layers successfully achieve a certain degree of transparency despite the nature of oil painting, where a new stroke of color naturally covers up the previous without smearing, and do not overshadow one another. Rather, every layer affirms the previous and the next one, adding depth to the piece. The lines swerving on the canvas create the foreground and the background, building a pictorial space. In that sense, “an abstract landscape with depth” is an ironic albeit oddly convincing description of Cho Yoojin’s paintings. Now, the scenery on canvas evolves beyond the two-dimensional onto three-dimensional space.
The lines Cho Yoojin builds on canvas are not a meticulous one with preplanning and precision but a consequent trace left behind while the artist was chasing down a blurry memory lane. The trace of countless lines remind us of a dance notation that logs every move on the stage as they share a distinct methodology in which the artist turns memory, a somewhat personal and microscopic narrative, into an abstract scene. The feelings evoked by the lines and colors that fill up the canvas as soon as movements fade are as indirect as how <Falling Stars> appears, a painting the artist created reminiscing an accidental encounter with falling stars and their tails in the night sky of a meteor shower. The structural and formal elements of the work constantly go back and forth between clarity and ambiguity, sparing room for personal contemplation. Cho’s works enable viewers to be a subject of memory, desire, and sensibility. In other words, as limitless and formless as her paintings are, they are welcoming in that it encourages the beholder’s active engagement.
The word choice of the exhibition title <A Daytime Moon> may seem dissonant at first. However, considering the nature of the moon whose appearance is destined to circle around clarity and ambiguity in gradation due to the earth’s movement and the light, the title makes sense. Moreover, the moon’s ever-changing face epitomizes the absolute obedience to nature's course. Given this, the word “Some” in <Some Clouds>, the painting that opened the portal and ushered us here, might be the most accurate and embracing adjective to describe the work in which Cho Yoojin depicts the fluid state of the clouds constantly transforming themselves - into rain, snow, and fog - and yet maintaining its essence regardless of the state. “The most beautiful color can be found on the inside,” a poet, Lee Young-ju, once wrote. Maybe, it is only with a fresh lens that can dismantle the existence on Cho’s canvas that we can find myriad portals to the artist’s world. In that world, form and state and dismantling and being may be a synonym of their counterpart.